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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일기

월급쟁이가 본 월급쟁이 임원의 의미

by gurunuri 2024.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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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의 친구 중 하나는 늘 친구 회사의 임원 욕을 즐겨한다. 그 친구는 어떤 이야기든 재미있게 하는 친구인데, 임원 욕은 누구보다 재미있게 한다. 이제 본인도 그 임원의 성격, 외모, 취향, 갖가지 사연까지도 알게 됐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임원이 욕먹을만한 사람일까?

 얼마 전 그 친구가 임원 욕할 때, 이렇게 말했다.

 "앞뒤 전후 사정을 다 말해줘"

 맥락 없이 그 친구가 욕하는 내용만 들었기 때문에 그냥 그 임원이 '괴짜'라고만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서 물어봤다. 전후 사정을 다 들어보니 임원이 틀린 말 했던 것은 없었다. 표현이 과격했을지 몰라도 직원들이 그 임원의 말을 이해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친구에게 이 내용을 전하진 않았다. 그 친구와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말해봐야 나를 미워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1. 사내 정치의 의미변화

 직장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사내 정치'를 꼽는 사람이 많다. 어떤 이는 임원을 보고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얼마나 사내 정치를 잘했으면 임원이 됐을까?'

 

 본인이 겪은 바로는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어떤 임원이든 능력 없는 임원을 본 적 없다. 그들이 임원이 되기 전 어떤 사내 정치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하나같이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과거 1980년대, 90년대 한국의 고도 성장기 때는 직장 내 성공요인 중 사내 정치가 가장 중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계열사가 쭉쭉 늘어나고 자리가 넘쳐날 때는 사내 정치가 정말 중요했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지금보단 승진이 쉬웠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그 시절에 일 안 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추측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글로벌 기업부터 작은 회사까지 거의 모든 회사가 인력감축에 혈안이 되어있다. 본인 회사도 작년 1,000명 이상 해고했다. Meta, Amazon 같은 회사들은 2만 명씩 감축하고 있다. 사람이 귀하지 않은 시대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이제 더 이상 증권가 소식이나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현실이다. 실제로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 단순 생산직뿐만 아니라 사무직도 가차 없이 해고하고 있다. 본인 회사는 앞으로 매년 1,000명씩 인력감축이 1,000명 이상 있다고 한다.

 얘기가 좀 다른 길로 샌 것 같다. 어찌 됐든 이제는 상대적으로 회사에서 사내 정치가 개입할 요소가 많이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사내 정치의 개념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고효율 인재인가를 증명해내는 것이 사내 정치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사내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그저 수많은 정리해고 대상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임원을 하는 분들은 그만한 능력이 있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2. 능력이 없으면 사내 정치 할 기회도 없다.

 임원 욕을 즐기는 그 친구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 임원이 너나 다른 직원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췄으나 너와 너의 직원들이 임원을 못 따라가고 있다'

 

 재수 없는 이야기란 것을 안다. 하지만 맥락을 듣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임원이 시대만 잘 만나서 지금까지 임원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운이 좋아서 임원이 되었다면 지금까지 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작금의 어려운 시기에 회사가 몸값 비싼 계약직 임원을 계속해서 일하게 해줄 리 없기 때문이다.

 사내 정치는 본인의 능력을 증명한 뒤에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입사 후 꾸준히 High Performer임을 증명해야 사내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본다. 본인이 경험으로는 역량이 떨어지는 선배들은 사내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 버티기 급급해 보였다. 언제나 억지로 일하고 욕만 먹지 않기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역량이 떨어지다 보니 본인 일 처리 자체가 버거워 윗사람에게 잘 보이지도 아랫사람을 잘 활용하지도 못했다.

 예시로 삼을 두 명의 선배가 있다. 일 못하는 한 선배는 회사 법인카드는 회삿돈이라며 펑펑 써대면서 연봉이 많이 안 오른다며 회사 욕을 했다. 본인에게 이 회사는 연봉인상률이 낮다고 낭설을 퍼트리기도 했다. 다른 High Performer 선배의 말은 달랐다. 능력 있는 선배는 나에게 우리가 하는 일이 회사에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 설명해주곤 했다. 연봉 얘기도 정확히 달랐다. 능력 있는 선배가 정확한 연봉이나 인상률을 알려주진 않았으나 대충 들어도 훨씬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두 사람은 입사동기였다.

 

 능력 없는 선배는 자신의 무능력은 회사의 보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능력 있는 선배는 회사에 얼마나 더 기여할 수 있을지, 얼마나 좋은 보상을 받고 있는지를 말했다.

 

 본인은 이미 그 회사를 퇴사했으나 소식은 들었다. 능력 있는 선배는 승진 잘 하고 좋은 대우 받고 있다고 들었다. 가끔 연락해봐도 밝은 목소리로 나의 행복을 기원해주고 실질적인 도움도 많이 준다. 능력 없는 선배는 여전히 똑같은 직급에 불평만 늘어놓고 있다고 한다. 본인의 능력이 뛰어난데 회사가 몰라주는 것이라면 이직이든 사업이든 선택 해야지 불평하며 시간을 버린다니 안타깝다.

 또 이야기가 옆길로 샌 것 같다. 어찌 됐든 사내 정치고 뭐고 간에 능력을 증명하기 전엔 아무것도 아니다. 능력 없는 선배도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 정도는 잘했었다. 그래봐야 늘 낮은 평가였다. 일을 못 하기 때문이다...

 

3. 결론

 - 본인은 앞으로 High Perforemr가 되진 못하더라도 남에게 불평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 임원은 임원인 이유가 있고 사장은 사장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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