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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일기

두 번째 직장, 두번째 팀장(Team Manager)과 나의 이야기

by gurunuri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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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만난 두 번째 팀장(manager)과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오늘도 다양한 팀장의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써본다.

 평소 글과 다르게 다소 감성적인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1. 열정은 없지만, 애정은 남아있는 팀장(manager)

 

 두 번째 직장에서 만난 팀장(manager)은 첫 번째 만난 manager와는 좀 달랐다. 이번 manager는 공개채용으로 이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10년 이상 평생 이 회사에서 근무한 사람이었다. 이 팀장은 회사에 대해 애증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회사를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있었다. 본인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회사를 사랑하면서도 회사가 점점 나쁘게 변해가고 있다고 느껴서 그랬던 것 같다.

 이 팀장님은 내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미 다니고 있는 회사에 크게 질린 상태였다. 아직 애정이 있고 한 집안의 가장이었기에 그만둘 수 없을 뿐이었다. 딱 정말 내 할 일만 하면 크게 관여하지도 않았다. 본인이 알아서 팀 전체를 이끌고 나갔다. 팀장님은 회사의 잘못된 부분이 보이면 상대가 누구든 할 얘기는 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윗사람과 싸움을 꺼리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난 너무 불안했다. 얼굴은 빨개지고 손은 덜덜 떨면서 모진 말들을 쏟아내는데, 쓰러질 것 같아 보였다. 윗사람 평가 때문이 아니라 그 팀장님의 건강이 우려됐다.

 팀장님은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싸울 때마다 팀장님은 옳은 얘기만 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 팀장님 말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결국 팀장님은 회사에 퇴사 통보했다. 모든 사람이 퇴사하지 말라고 팀장님을 막았다. 있을 때 잘해야지 회사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난 누가 막더라도 팀장님이 그만둘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팀장님은 결국 회사에 관한 애정 때문인지 그만두지 않았다.

 

 첫 번째 팀장과 공통적인 특징도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로 숫자에 굉장히 예민했다. 잘못된 숫자도 가장 먼저 찾아냈으며 숫자의 의미를 잘 파악했다. 어떤 자료든 눈으로 한 번 쓱 보는 것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쉽게 파악했다. 10년 이상의 Sales 경력은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두 번째로 사람 자체가 모든 면에서 예민한 편이었다. 쉽게 사람을 믿지도 않았고 확실한 것도 계속해서 확인하는 편이었다. 남들은 그냥 지나갈 일도 절대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팀장님이 무언가 의심할 때면 늘 의심은 현실이 되었다.

 

 2. 나의 퇴사

 이 팀장과 첫 번째 직장에서 만난 팀장과 가장 큰 차이는 퇴사 때 느꼈다. 첫 번째 팀장은 내가 퇴사할 때 나의 책임감을 운운하며 비난했다. 황당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연봉 이상의 일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해서 퇴사했었다. 그런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그 팀장 덕분에 어떠한 미련도 없이 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팀장님은 퇴사하겠다고 하자 고생했고 잘 가라고 했다.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젊음을 부러워했다.

 

 그리고 내가 아닌 회사를 비난했다.

 어린 직원이 쉽게 퇴사하게 만드는 회사는 나쁜 회사라고 말했다.

 

 이게 첫 번째 팀장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두 번째 팀장님은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두 번째 회사에서는 내가 기여한 바가 없다. 난 일을 잘 못 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두 번째 팀장님은 내가 아닌 회사의 잘못된 점들을 비난했다. 이때 팀장님에게 표현하진 못했지만, 진심으로 고마웠고 미안했다. 내가 그만두면 팀장님은 귀찮아질 것들이 많았음에도 단 한마디도 나쁜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퇴사한 후 나에 관해 어떻게 얘기했는지는 모른다. 어차피 알 방법도 없다. 중요하지도 않다. 그분은 내게 좋은 기억만 주셨다. 내가 잘못해서 혼났던 적은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심하게 혼난 적도 있는 것 같다. 상관없다. 퇴사 때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줬던 것만으로 난 감사하다.

 

 

 

 3. 결론

 두 번째 직장에서 만난 팀장님은 사실 가끔 생각난다. 보고 싶기도 하다. 다만, 내가 일도 못했고 기여한 바도 없이 그만둔 것 같아 다시 연락하기 어렵다. 잘살고 계실 것으로 믿는다. 직장생활로 인해 병도 얻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인간적으로 잘해줬던 사람은 참 잊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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