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작 후 성격변화
1. 무계획, 덤벙, 덜렁
'무계획', '덤벙', '덜렁'
본인의 학생 때까지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위와 같은 단어와 참 잘 어울렸다. 꼼꼼함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다. 처음 올린 글에서 설명했듯, 본인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약간의 잡음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때면 그러려니 하고 대충 수습하고 지나갔다.
어차피 문제가 되더라도 나 혼자 문제가 되는 것이니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취업할 때쯤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충분히 깨달았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지만.
어찌 됐든 무엇을 하든 대충 했다. 심지어 학교에 갈 때도 늘 똑같은 옷을 입고 다녔다. 방 한 구석에 똑같은 옷을 똑같은 자리에 두고 입고 다녔다. 누가 보면 노숙자 같기도 했다. 학생 같은 느낌은 확실히 없었다. 한 교양수업에서 어떤 사람은 내게 "혹시 다른 일 하시는 분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그때 당시엔 황당하고 웃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럴만한 차림새로 다녔던 것 같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겨울 계절학기 중간고사날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공부하고 시험 보고 싶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자다가 시험 시작 시간에 일어나 버렸다. 나의 특기가 읍소인지라 읍소에 읍소를 거듭하여 늦었지만 시험은 볼 수 있었다. 물론 부리나케 봤던 시험 성적은 안 좋았다.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여자친구와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여자친구가 어디서 무얼 할지 정했고 그 계획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고 반복했다. 그래서 아마 많이 차였나보다.
2. 꼼꼼함, 예민함
그러나 일을 시작하고 난 뒤 정말 꼼꼼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변했다.
대충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고객사, 고객, 매니저, 타 부서 직원 등 정말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켜있기에 본인이 대충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꼼꼼하게 아무리 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늘 발생했다.
처음에는 계획을 잘 세우는 것에 집중했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을 넘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정말 야심차게 준비한 야외 대형행사가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좋은 시기에 시의적절한 행사를 준비했기에 충분히 성공적인 행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근데 하필이면 행사 당일 강한 태풍이 불어 온갖 것들이 바람에 의해 날아다니고 결국 행사장 자체를 폐쇄했다. 정말 어렵게 준비했던 행사였는데 허무하기도 하고 화도 났었다.
그날 이후로는 생각을 좀 바꿨다. 너무 예민하게 모든 변수를 다 신경 쓰려고 한다면 스트레스가 커져서 앞으로 직무수행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냥 최대한 꼼꼼하게 준비했는데도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일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사내정치에도 도움이 된다. 사내정치라는 단어를 쓰는 게 좀 거슬리긴 하지만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쨌든 꼼꼼함은 생존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어떤 일을 하든 메시지, 메일, 전자결재 등으로 증거를 확실하게 남기면서 일처리 한다면 나의 잘못이 아닌 것을 뒤집어쓸 일은 없을 것이다. 외부 고객사와 통화할 때도 늘 통화녹음 하는 것을 추천한다. 갑자기 말을 뒤집으며 내 잘못이 되어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아이폰을 쓰지 않는다. 고객사 직원 중에 갑자기 잠수를 탄다거나 말을 바꾸는 직원이 꽤나 있다.
회사는 먹고살기 위한 곳이다 보니 뻔뻔하게 남에게 뒤집어 씌우더라도 나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어찌 보면 그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지만 그런 사람한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사실 꼼꼼함은 모든 직무의 공통 역량이다. 영업 직무를 지원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 한 번 꼼꼼함에 대해 써봤다. 다음 글은 영업 직무를 지원하는 분들이 많이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은 '외향성'에 대해 한 번 써봐야겠다.
※ 결론
진짜 꼼꼼해야 한다.
안 그러면 괴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