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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일기

백화점?쇼핑몰? MD? 바이어? 영업관리? 그게 뭔데...1

by gurunuri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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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매주 1회 이상 백화점/쇼핑몰/아웃렛 등 유통사를 방문한다. 먹고 마시고 놀고 사고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있을 때면 무조건 같이 갔다. 많이 걸어 다니는 것 같아도 거기서 한 번에 끝내는 게 속 편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외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본인이 했던 직무 중 하나는 백화점 영업관리였다. 지금은 관뒀다. 재밌기도 했고 쉽기도 했고 짜증나기도 했던 일이었다. 혹시 백화점 쪽에 입사하고 싶은 분들이 볼지도 모르니 좀 자세하게 써보겠다. 아마 어떤 백화점에 입사하시든 현장에서 영업관리를 겪고 나서 상품본부를 가든 마케팅을 가든 할 것이다. 요즘은 안 그런 경우도 있다고는 하나 현장을  알고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영업관리 직무가 하는 일은 매출관리/고객(사)관리/인력관리 이렇게 세가지다. 

 

 1. 매출관리

 당연히 매출을 본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사실 결국 이게 전부라고 볼 수도 있다. '영업'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직무 영업기획, 영업관리, 영업, 영업전략 등... 직무명에 영업이 들어갔다면 매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숫자'를 관리해야 한다. '숫자를 관리한다?'... 이것 참 묘한 말이다. 아직 현업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숫자를 관리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특히 직무명에 '영업'이 들어간 직무를 수행한다면 온갖 숫자와 마주하게 되고 회계용어도 꽤나 많이 쓰게 된다. 영업이란 게 활발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이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은 좀 신기하게 느낄 수 있다. 사실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 유통사가 아닌 다른 회사 영업 직무 직원들 중에도 성격이 외향적인 사람은 별로 못 봤다. 그보다는 분석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본인 또한 친구가 많고 나서기 좋아하는 그런 소위 말하는 인싸 느낌은 전혀 아니다.

 어쨌든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갖가지 기준으로 숫자를 관리한다. 일별 객단가를 기준으로, 월별 매출을 기준으로, 5개년 매출을 기준으로, 목표달성율 기준으로, 전년대비(YoY) 신장율 기준으로, 평효율(평당 얼마의 매출을 내고 있는지 보는 지표) 기준으로 등등 정말 온갖 기준으로 숫자들을 뽑아내고 가공하여 결과를 도출해 내고 본인의 인사이트가 반영된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유통사 기준으로 말했을 뿐 다른 산업의 영업 직무 또한 이러한 수많은 숫자들을 관리/통제/가공하는 것을 통해 내가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멍하니 ERP만 쳐다보고 있다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배들은 '매출속보 뽑아와', '000브랜드 한 달에 얼마 하지?', '웨딩페어 행사 프로모션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 작년 웨딩페어 매출 어땠지?' 등등 별별 요구와 질문을 쏟아낸다. 신입은 1년간은 복사만 한다는 얘기는 10년도 더 지난 얘기다. 이제 그런 신입은 어떤 회사도 원하지 않는다. 야박하게도 이제 기업은 신입에게조차 즉시전력이길 원한다. 혹시 입사하게 되면 이 놈의 숫자, 숫자, 숫자 온갖 숫자들과 친해지고 익숙해지셔라. 특히나 유통사 영업 직무는 숫자를 분석하고 현장과 접목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숫자만으론 부족하다. 현장근무를 통해 고객 동향, 판매사원 동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 생활이 편하고 나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 현장근무 얘기는 나중에 하려고 했는데, 얘기가 새 버렸다. 어쨌든 온갖 숫자들과 친해지셔라. 영업 직무는 무조건 숫자로 말한다. 숫자가 전부다.

 

 

 2. 고객(사)관리

  - 고객 관리

 "담당자 나오라 그래!", "여기 책임자 누구야?!"

 "네 고객님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저 담당자, 책임자가 바로 영업관리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저 대사를 실제로 백화점에선 들을 때가 꽤 있다. 생각보다 많다. 진짜 가끔씩 모든 걸 손 놓게 만들만큼 힘들게 하는 진상고객도 있다. 백화점 영업관리를 하게 되면 무조건 겪어야 하는 일이다. 그냥 잘 버티시길 바란다. 물론 CS팀도 있고 여러분이 CS교육도 받을 것이다. 하지만 큰 도움은 안된다. 여러분이 해결해야 한다.

 

  - 고객사 관리

 고객사, 거래선, 거래처 다 비슷한 의미로 쓰는 단어다. 백화점 기준으로는 파트너사 혹은 협력사라고 보면 된다. 백화점에 가서 보게 되는 수 많은 브랜드들은 거의 대부분이 백화점 소유가 아니라 백화점과 임대 계약 혹은 수수료 계약을 맺고 입점한 외부 업체들이다. 이들을 관리한다니 무슨 말일까?

 

 보통 영업관리 직무 수행하는 직원들을 보면 주로 파트너사의 담당자와 직접 소통하지 않는다. 상품본부의 바이어 통해서 파트너사에게 무언가 요청하거나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매니저 통해서 파트너사 본사 담당자와 소통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본인은 이것이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꼭 그래야만 하는 절차나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본인이 직접 파트너사의 담당자와 직접 소통하며 이런저런 프로모션, 행사도 협의하며 무언가 기획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실 영업관리 직무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직무가 될 것이다. 

 백화점에 근무하고 싶은 분이라면 꼭 직접 하겠다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 누군가를 통해서 얘기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점점 무능력해진다. 그런 사람이 상품본부로 갈 일도 없고... 마케팅으로 갈 수도 없다. 계속 점포만 있어야 한다. 점포에 있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든 수십년 동안 똑같은 일만 반복하고 싶지는 않지 않을까? 또 먼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보자. 내가 주도적으로 무언가 해본 적 없다면 은퇴 후 나이도 많아진 상태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누가 나를 필요로 할까?

3. 인력관리

 인력관리에 관해서는 이제 별로 할 말이 없다. 더이상 백화점은 파트너사의 판매사원들을 간섭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은 조금 있다. 그러나 판매사원들은 백화점과 계약한 직원들이 아니라 파트너사와 계약한 직원들이기에 백화점 영업관리 직무는 그들에게 무엇인가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은 어렵다.

 과거에는 안 그랬다. 매니저들에게 직접적으로 이런 저런 지시를 했다. 근데 그것은 과거이고 지금은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앞서 상술한 법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또한, 서로 힘든데 상부상조하면서 살아가는 거라고 봐야되지 않을까 싶다. 파트너사나 백화점이나 요새 많이 힘들다. 매출은 유지하더라도 이익율이 떨어져 가고 있다. Offline 유통사 모두 다 정말 힘들다. 

 그러나 어찌됐든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판매사원, 파트너사의 담당자들에게 수많은 공지와 안내를 할 수밖에 없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을지라도 여전하다.

 

 주업무를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해 봤습다. 사실 이거 말고도 할 말이 정말 많다. 

 에피소드가 생각날 때마다 글을 올리면서 하나하나 얘기해 보겠다.

 

 Buyer에 관해서는 오랜 시간 Buyer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분을 통해 추후 글을 적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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